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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美·유럽 동맹"국제 관계 새로운 시대"…유럽 대응 진땀유럽 스스로 방어에 379조·10년 걸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 간 오랜 동맹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 등 전통 동맹국을 때리고 러시아 등 일명 ‘불량 국가(rogue state)’들과는 가까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보에 유럽은 미국과의 공조 체제에서 벗어나 홀로서기가 불가피해졌다.‘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 행정부의 입장을 뒤집고 우방국도 ‘관세 폭탄’으로 거침없이 공격하며 힘을 과시하고 있다. 동시에 그간 동맹국과 손잡고 국제사회에서 소외시키던 러시아와는 밀착 행보를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추진 과정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패싱하고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보여 유럽의 우려를 샀다. 또 지난달 26일 첫 각료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대해 "안전 보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에 그것을 하게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도 유럽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국가적 수치"라고 비난했고, 독일 총선을 앞두고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지원 사격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AfD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국제관계 새로운 시대"…유럽서 발 빼는 美이는 동맹국들과 공조해 국제사회 의제를 끌고 가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외교와는 거리가 있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난 이후 유럽을 대규모로 지원하고 유럽 통합을 촉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세계 질서를 이끌어 온 미국의 역사적 행보와도 정반대다.알렉스 영거 전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최근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서 "우리는 국제 관계가 규칙과 다자간 제도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강력한 인물과 거래에 의해 결정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은 미국이 주도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나토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를 지적하며 선을 그었다. 방위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 나토 탈퇴까지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2월에는 러시아가 방위비를 적게 내는 나토 동맹국을 공격하더라도 "러시아가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고 폭탄 발언을 해 유럽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나토 탈퇴 초강수를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유럽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유럽 국방장관들에게 미국이 유럽에서 병력 일부를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지난달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 삭감을 지시했는데, 인태 사령부와 북부 사령부 등은 그대로 둔 반면 유럽 사령부 예산은 삭감 목록에 들어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 국무부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영사관 9곳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군사 억제 태세를 강화하고, 유럽에서는 힘을 빼는 전략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청사진’이라 불리는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정책 제언집 ‘프로젝트 2025’에도 유럽 내 미군의 타지역 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있다.이에 유럽에서는 나토 군사력 약화를 넘어 미국의 나토 집단 방위 조항 불이행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나토 조약 제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동유럽 국가들이 취약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맞댄 군사 강국 러시아를 상대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스타머 총리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집단 방위 의무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일각의 우려는 여전하다. 제2의 우크라이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유럽, 트럼프 만나고 군사력 강화…대응 진땀 유럽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스타머 총리가 27일 연달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네 차례나 "친애하는 도널드(Dear Donald)"라 부르고, 스타머 총리는 국방비 증액을 약속하고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친서를 전달하며 국빈 초청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으나 안보 지원 등 쟁점에 대해선 결국 양측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폴리티코 유럽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돌파구를 기대했던 유럽 동맹국들에 현실적인 경고가 됐다"고 평가했다.이에 유럽에서는 독일 등을 중심으로 ‘유럽 자강론’이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동맹국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하게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지난달 25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만나 방위비 관련 면담을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와 현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은 2000억유로(약 304조원) 규모 특별방위비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메르츠 대표는 지난달 24일 총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자정까지 5분 남았다"며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넘어 ‘미국 홀로(America alone)’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력이 득세한다면 (유럽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명한 것은 이 행정부는 유럽의 운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나의 최우선 과제는 유럽을 가능한 한 신속히 강화해 미국으로부터 한 걸음씩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영국은 현재 GDP의 2.3%인 방위비를 2027년까지 2.5%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27년부터 방위비 예산이 연간 134억파운드(약 25조원)씩 늘어난다.이 외에도 덴마크는 2022년 기준 GDP의 1.1~1.3% 수준이던 방위비를 지난해 2.37%까지 늘렸다. 러시아와 인접한 라트비아는 현재 GDP 대비 3.45% 수준인 국방 예산을 2028년까지 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美 없으면 국방비 379조 필요"…"스스로 방어 10년 걸려"다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헐과 킬 세계경제연구소가 지난 21일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유럽 국가들이 매년 GDP의 3.5% 수준인 2500억유로(약 379조원)의 국방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유럽 주둔 미군이 철수하면 총 30만명의 병력을 증원해야 하며 최소한 탱크 1400대, 보병전투차 2000대, 대포 700문이 필요한데 이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4개국 육군을 합친 것보다 많다.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미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기까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안보에서 발생한 대서양 동맹 균열은 경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유럽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뜯어 먹으려고(screw)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EU는 합법적이고 차별 없는 정책에 도전할 목적으로 관세가 사용될 때를 포함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장벽에 맞서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반발했다.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유럽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을 단순 경쟁자로 보는 것을 넘어 경제적, 심지어 이념적 위협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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